한국인성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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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세계의 연대와 환대

관리자 2021-02-18


 

 

무차별한 바이러스, 그 결과는 차별적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단계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통해 시민들의 사회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 조치는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필요하지만 사회적 비용 또한 상당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계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재정 위기에 처했다. 일터뿐 아니라 교육과 돌봄, 여가 등 삶의 중요한 영역에 찾아온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와 갈등도 심하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코로나19 유행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백신과 치료제가 코로나19 및 방역 조치의 심리·사회·경제적 영향까지 복구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자는 재난으로부터 가장 크고 심각한 피해를 입을 위험이 크다. 재난의 충격을 완화하고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자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높으며, 거리두기와 봉쇄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크게 받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빈부와 계급, 인종과 국적,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 장애 여부에 따라 차별해서 감염을 일으키지 않지만, 감염의 위험과 감염병 대응의 결과는 사회에 이미 있는 차별과 불평등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가장 약한 사람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현상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공동체는 재난의 대응 과정에서 고통받는 이들에 주목하고 필요한 자원을 공정하게 분배하며 회복과 적응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 이는 성공적인 방역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공동체를 감염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감염의 취약성을 가진 모든 이들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난 속에서 잊히는 사람들 
이 재난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우리는 이웃이 재난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재난의 충격은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국한되지 않으며 널리 퍼져 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파괴와 손실은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지지만,
재난의 영향은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해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에 격리되어 있고 타인과 접촉할 기회는 현저히 줄었다.
이렇게 서로를 만날 수 없는 재난 속에서 우리는 집 안보다 집 밖을 안전하게 느끼는 사람,
일상의 필수적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의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
오프라인 활동을 대체하는 온라인 활동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의 존재를 더 쉽게 잊는지도 모른다.

종종 정부도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사회의 고통받는 구성원들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자영업자의 영업을 금지하며 임대료와 대출이자에 대한 대책은 언급되지 않을 때,
‘예방적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특정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빠뜨릴 때, 9시 이후 대중교통의 운행을 축소하며
그 시간에 이동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편의는 고려되지 않을 때
우리는 정부가 좁은 테두리 안의 사람들만을 국민으로 보호하는 게 아닌지,
나는 그 테두리 밖에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진짜 트라우마는 재난이 아닌 고립이며 공동체로부터 소외되고 잊혀지는 것이다
사람이 만들어낸 트라우마는 더 깊은 상처와 불신을 남긴다.

회복은 연결 안에 있다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이 재난의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보다 적극적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재난은 현재진행형이고, 고통을 인정받을 기회조차 평등하지 않은 현실에서
도움이 정말 절실한 사람들은 아직 자신의 고통을 알리지 못했을 것이다.
말해지지 않은 고통이 어디 있는지 찾아 나서고, 소통을 막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찾고,
어떻게 이를 우회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지출처 : Designed by Freepik

 
재난의 경험은 숫자로 또 이야기로 사회에 공유된다.
이미 많은 숫자, 즉 통계와 사회지표가 세상에 발표되어
재난의 파괴력과 그 차별적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코로나19의 여성 노동위기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월 대비 4월 여성고용률은 52.4%에서 49.7%로 2.7%p 감소했고,
같은 기간 남성은 71.0%에서 69.2%로 1.8%p 감소해
여성고용률의 감소 폭은 남성의 1.5배로 나타났다.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사업 부진이나 조업중단 등의 상태인 일시휴직자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남성보다 여성에서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났다.
각각 여성은 2월 73천명에서 3월 616천명으로 8.4배,
남성은 77천명에서 3월 366천명으로 4.8배 증가했다.
보고서는 각종 지표를 바탕으로 코로나19가 불러온 노동 위기가
노동취약계층인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 1~6월 자살 사망자 가운데
여성의 잠정치는 19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 늘었다. 
특히 20대 여성 자살 사망자는 207명에서 296명으로 4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숫자들은 우리가 사회의 어느 취약한 지점에 주목할지 알려주고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요청한다.
숫자는 커다란 흐름을 보여주며 변화의 심각성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숫자만큼이나 먼저 떠난 사람들이 남긴,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중요하다. 숫자에 담기지 않는 이야기, 숫자로 발표될 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혹은 아직 세상을 향해 말해진 적 없는 이야기들이 세상에 전해져야 한다.
사회에서 쉽게 배제되는, 주류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는 쉽게 지워지고 멀리 가기 어렵다. 
아직 알려지지 않고,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고통은 사소한 것,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하려는 시도에 끊임없이 부딪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청중이자 증인이 되어 다시 쓰고, 멀리 나아간다.
세상을 바꾼 중요한 이야기도 이렇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되었음을 기억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야기가 공유되고, 모이면서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 개인 차원의 해결이 아닌 
사회적 해결이 필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재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은 공동체의 자원 분배가 필요한 곳에 주목하게 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지만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단순히 숫자가 
아닌 고유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으로 그를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는 환대이자 회복을 향해 
나란히 걷는 연대의 몸짓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경험을 나누는 것은 말하는 이 뿐 아니라 듣는 이를 구하기도 한다.
무관심과 머뭇거림으로 물러나 있을 때, 우리는 무력감과 죄책감 속에 남겨진다. 
아픔을 함께 느끼고 우리가 가진 따뜻함을 건네는 일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이야기 안에는 절망과 고통 뿐 아니라 회복과 희망도 있고,
그것은 혼자가 아닌 함께 있을 때 발견할 수 있다. 회복은 연결 안에 있다.

글쓴이 : 이한별
사회적협동조합 사람마음 호라동가 심리학 MA

출처 : 한국인성교육협회 정보교류 협약 사이트
내 삶의 심리학 mind(http://www.mind-journal.com)